안녕하십니까. 노무법인 율암 대표 노무사 황성원입니다. 오늘은 산업재해 보상 업무 중에서도 가장 난이도가 높고, 유가족분들이 막막함을 느끼는 주제인 ‘사인 미상’ 사건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업무상 과로가 명백하여 산재를 신청하려 해도, 사망진단서나 시체검안서에 명확한 병명이 기재되지 않고 ‘사인 미상’, ‘급사’, ‘청장년 급사 증후군’ 등으로 표기되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과거에는 이러한 경우 입증의 어려움으로 인해 산재 신청을 포기하거나, 신청하더라도 불승인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근로복지공단의 절차 개선으로 사인미상 산재처리의 길이 넓어졌기에, 오늘 포스팅에서는 변화된 제도와 대응 전략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산재 승인의 대전제: 상병의 확정과 업무 관련성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유족급여를 청구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핵심 요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첫째는 ‘사망의 원인이 되는 질병(상병)의 확정’이고, 둘째는 그 질병과 업무 사이의 ‘인과관계(과로 여부 등)’ 입증입니다.
일반적인 경우에는 병원 이송 후 정밀 검사(CT, MRI, 혈액 검사, 심전도 등)를 통해 뇌출혈, 뇌경색, 심근경색 등의 진단명이 확정된 상태에서 사망진단서가 발급됩니다. 혹은 발견이 늦어져 사망한 채 발견되더라도 부검을 통해 부검감정서상 사인이 명확히 규명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상병이 확정되면, 우리는 이제 ‘업무상 과로’가 있었는지만 집중적으로 입증하면 되므로 상대적으로 접근이 명확합니다.
난관에 봉착하다: ‘사인 미상’의 딜레마
문제는 병원 도착 전 사망하거나, 부검을 실시하지 않아 정확한 사망 원인을 알 수 없는 ‘사인 미상’의 경우입니다. 시체검안서에 단순히 ‘상세 불명의 심정지’, ‘사인 미상’ 등으로 기재되면, 산재 신청의 첫 단추인 ‘상병의 확정’ 단계부터 막히게 됩니다.
업무상 과로로 인한 사망임을 주장하려 해도, 그 결과가 뇌심혈관계 질환(뇌출혈, 뇌경색, 심근경색 등)이라는 의학적 연결고리가 끊어진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유가족이나 대리인이 고인의 기저질환(고혈압, 당뇨 등) 병력, 사망 전 전조증상, 혹은 응급실에서의 간접적인 검사 수치(심근 효소 등) 등을 근거로 “이것은 의학적으로 심근경색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해야 했습니다. 즉, ‘과로 입증’이라는 산을 넘기도 전에 ‘질병 입증’이라는 거대한 산을 먼저 넘어야 했던 것입니다.
과거의 한계와 제도 개선의 필요성
이러한 이중고 속에서 많은 사건이 질병판정위원회 심의 단계에서 좌절되었습니다. 위원회 입장에서는 과로 사실은 인정되더라도, 사망 원인이 뇌심혈관 질환인지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불승인 처분을 내리곤 했습니다. 결국 유가족은 행정소송이라는 긴 법적 다툼으로 내몰렸고, 법원에서는 간접 증거들을 종합하여 근로복지공단의 패소를 판결하는 사례가 늘어났습니다.
이에 근로복지공단은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를 줄이고 유가족의 입증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절차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였습니다. 바로 공단 본부 내에 사인미상 산재처리를 위한 별도의 전문 심의 기구(전문위원회)를 신설한 것입니다.
핵심 솔루션: 전문위원회의 ‘사인 미상’ 심의 절차
이제 사인 미상 사건이 접수되면, 과거처럼 유가족이 사인을 의학적으로 완벽히 규명하지 못했다고 해서 바로 기각되지 않습니다. 대신 공단 본부의 전문위원회로 이관되어, 해당 사망이 의학적으로 ‘뇌혈관 질환 또는 심장 질환’에 의한 것으로 추정 가능한지를 전문가들이 먼저 판단합니다.
이 위원회에서 “이 건은 정황상 뇌심혈관계 질환에 의한 사망으로 봄이 타당하다”라고 인정(상병 인증)을 해주면, 사건은 다시 업무상 질병 판정위원회로 넘어갑니다. 이때 판정위원회 위원들은 더 이상 사망 원인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오직 ‘업무상 과로 여부’에만 집중하여 심의하게 됩니다. 즉, 유가족이 넘어야 할 두 개의 산 중 하나를 공단이 전문적인 절차를 통해 대신 넘어주는 셈입니다. 이는 입증 책임의 완화이자 실질적인 권리 구제 수단이 확대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전문가의 제언 및 대응 전략
따라서 사망진단서나 시체검안서에 ‘사인 미상’, ‘급사’, ‘청장년 급사 증후군’ 등으로 기재되어 있다고 해서 절대 산재 신청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사인미상 산재처리 절차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다만, 전문위원회의 상병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여전히 철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비록 부검감정서가 없더라도, 고인의 건강검진 기록을 통한 기저질환(고혈압, 고지혈증 등) 관리 내역, 사망 직전의 흉통이나 두통 호소 여부(동료 진술 등), 119 구급 활동 일지상의 정황, 응급실 도착 당시의 기초 검사 결과(혈액 검사 등) 등 간접적인 의학적 증거들을 최대한 수집하여 “뇌심혈관 질환 이외의 다른 사망 원인을 찾기 어렵다”는 논리를 구성해야 합니다. 이러한 전문적인 분석과 입증 과정에서 산재 전문 노무사의 조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갑작스럽게 떠나보낸 슬픔 속에서, 명확한 사인조차 알 수 없어 답답해하시는 유가족분들께 이 글이 작은 희망의 불씨가 되기를 바랍니다. 사인미상 산재처리, 길이 없는 것이 아니라 찾는 자에게만 열려 있습니다. 노무법인 율암이 그 길을 함께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