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노무법인 율암 대표 노무사 황성원입니다. 지난 2025년 10월 21일, 고용노동부 및 산하기관에 대한 국정감사가 진행되었습니다. 당시 현안 질의를 유심히 지켜보던 중, 모 의원님께서 장해급여 청구 절차상 발생하는 실무적인 애로사항에 대해 날카로운 지적을 하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바로 산재 근로자가 요양을 종결한 후 정당한 보상을 받기 위해 필수적인 서류, 즉 장해진단서 발급과 관련된 문제였습니다.
현장에서는 의료기관의 폐업이나 주치의의 거부 등 다양한 이유로 이 진단서를 발급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재해자분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오늘은 이 국정감사 내용을 바탕으로, 장해진단서 발급의 원칙과 예외, 그리고 발급이 불가능한 상황에서의 법리적·실무적 대처 방안에 대해 여러분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드리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최종적으로 합당한 산재 장해등급을 받기 위해 어떤 전략이 필요한지 짚어보겠습니다.
장해급여 청구의 시작: 장해진단서 발급의 원칙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요양 급여(치료)가 종결된 후, 신체 등에 영구적인 장해가 남았을 때 청구하는 것이 장해급여입니다. 이때 장해급여 청구를 위해 공단에 제출해야 하는 가장 기초적이고 핵심적인 서류가 바로 '장해진단서'입니다.
원칙적으로 이 서류는 '요양을 종결한 산재 의료기관', 즉 마지막까지 나를 치료해 주었던 병원에서 발급받는 것이 규정입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환자의 상태 변화를 가장 오랫동안 지켜보았고, 증상이 고정된 시점(치유 시점)의 잔존 장해 상태를 가장 정확하게 의학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주체가 바로 요양 종결 병원의 주치의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통상적인 절차라면 마지막 진료를 본 의사 선생님께 진단서 작성을 요청하면 됩니다.
현실의 벽: 병원이 문을 닫거나 의사가 거부할 때
하지만 실무를 하다 보면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예외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되었듯이, 재해자가 억울한 상황에 놓이는 대표적인 케이스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의료기관의 사정으로 발급이 불가능한 경우입니다. 요양 종결 후 장해급여의 존재를 모르고 지내다가 1년, 2년 뒤에 신청하려 병원을 찾아갔더니 병원이 폐업해버린 경우입니다. 또는 병원은 그대로지만 나를 치료했던 주치의가 퇴사하여 공석인 경우도 여기에 해당합니다.
둘째, 의사가 발급을 거부하는 경우입니다. 주치의가 "나는 장해 평가에 대한 경험이 부족해 못 써주겠다"라고 하거나, "추후 공단과의 자문 회의나 분쟁에 휘말리기 싫다"는 이유로 작성을 기피하는 사례입니다. 재해자 입장에서는 "진단서가 없으면 접수조차 안 받아준다"는 공단의 안내를 받고 왔는데, 병원에서는 못 써준다고 하니 그야말로 진퇴양난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대안 1: 수술을 집도한 의료기관을 활용하라
요양 종결 병원에서 진단서 발급이 어렵다면, 우리는 차선책을 찾아야 합니다. 첫 번째 대안은 바로 '주된 치료(수술)를 시행한 의료기관'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산재 환자분들은 보통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이후 집 근처의 의원급 병원으로 전원하여 요양을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요양을 종결한 동네 의원에서 장해 평가가 어렵다고 한다면, 과거 나에게 수술을 집도했던 상급 병원의 주치의를 찾아가 의뢰할 수 있습니다. 수술 집도의는 환자의 환부 상태와 예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전문가이므로, 의학적으로 타당한 장해 평가를 내릴 자격이 충분합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현실적인 어려움은 존재합니다. 수술 후 오랜 시간이 지나 갑자기 찾아가서 "장해진단서를 써달라"고 하면, 해당 교수님 입장에서는 현재의 고정된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한 것이 아니기에 난색을 보일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합니다.
대안 2: 근로복지공단 소속 병원의 역할과 지침
수술한 병원마저 폐업했거나 거부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기서 두 번째 대안이자, 국정감사 질의의 핵심이었던 '근로복지공단 소속 병원'의 활용이 등장합니다.
현행 근로복지공단 지침에 따르면, 재해자가 부득이한 사유로 민간 의료기관에서 장해진단서를 발급받지 못할 경우, 전국에 위치한 근로복지공단 직영 병원(서울, 대전, 대구, 순천, 창원 등)에서 이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공적 보험 영역에서 재해자의 수급권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입니다.
즉, 내가 치료받은 병원이 아니더라도 공단 병원에 가서 산재 승인 기록과 의무 기록을 제출하고 장해 평가를 요청하면, 원칙적으로는 진단서를 발급해 줘야 합니다. 이것이 재해자분들이 꼭 알고 계셔야 할 권리입니다.
제도와 현장 사이의 괴리, 그리고 전문가의 시각
그러나 법과 지침이 있다고 해서 현장이 기계처럼 돌아가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이번 포스팅을 통해 꼭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의사라는 직업 윤리상, 본인이 직접 치료하거나 경과를 관찰하지 않은 환자에 대해 단 한 번의 외래 진료만으로 장해진단서를 작성한다는 것은 매우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근전도 검사, 운동 범위 측정(ROM), 파지력 검사 등 각종 정밀 검사를 다시 진행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습니다.
실제로 공단 병원조차도 일부 의료진은 "초진 환자에게 어떻게 장해를 끊어주냐"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합니다.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내용도 바로 이러한 행정 편의주의와 소극 행정에 대한 질타였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제도가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의료진이 부담스러워하더라도, 관련 지침을 근거로 정중하고 논리적으로 요청한다면 충분히 발급이 가능합니다.
오늘 살펴본 내용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장해급여 청구를 위한 진단서는 원칙적으로 '요양 종결 병원'에서 받아야 합니다.
폐업이나 의료진 부재, 단순 거부 등의 사유가 발생하면 '수술 병원'으로 가십시오.
그마저도 불가능하다면, 관련 지침에 의거해 전국 '근로복지공단 소속 병원'에서 발급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의료진의 부담감은 이해하지만, 이는 재해자의 정당한 권리이므로 포기하지 말고 지침을 활용해야 합니다.
결국 산재 장해등급은 재해자의 신체 상태를 얼마나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서류에 담아내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병원이 없어졌다고, 의사가 안 써준다고 해서 권리를 포기하지 마십시오. 절차를 몰라 헤매는 시간 동안 소멸시효는 흘러갑니다. 오늘 정보가 여러분의 정당한 보상을 찾는 길에 작은 이정표가 되기를 바랍니다.